데이터로 보는 개봉 영화 (1) 장르
영화는 대표적인 종합예술로 영화 한 편을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은 물론이고 시나리오, 제작비, 기술력 등 유무형의
자원이 한데 모여야 한다.
법률과 제도가 경쟁을 촉발하기도 하고 뜻밖의 사건이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관객과 공명해야 한다. 동시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아야 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와 자극이 필요할 때 찾는 영화가 다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하는 영화에는 이처럼 복잡한
시대의 일면이 담겨 있다.
본 분석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어떤 나라의 어떤 영화가 상영되었는지, 사회적 사건들은 영화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관객들은 어떤 영화를 택했는지 데이터로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 빅데이터 플랫폼의 KOBIS 박스오피스 영화정보와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 데이터를 분석했다. 추가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서 제공하는 API를 사용해 영화 코드를 포함한 정보를 가져오고, 동 홈페이지에서 연도별로 정리된 박스오피스 발권데이터를 내려 받았다.
활용한 데이터 셋은 다음과 같다.
컬럼명 | 설명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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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Cd | 영화코드 | 개봉년도 기준 일련번호. 예: 19900248 |
movieNm | 시영화명(국문) | 예: “빽 투 더 퓨쳐 3” |
movieNmEn | 영화명(영문) | 예: “Back To The Future III” |
prdtYear | 제작연도 | 예: 1990 |
openDt | 개봉일 | 개봉년월일. 예: 19900714 |
typeNm | 영화유형 | 장편, 옴니버스, 기타, 단편 |
prdtStatNm | 제작상태 | 한국, 미국 등. 국가명 공동 제작의 경우 ‘한국, 미국’ |
nationAlt | 제작국가(전체) | 한국, 미국 등. 국가명 공동 제작의 경우 ‘한국, 미국’ |
genreAlt | 영화장르(전체) | SF, 코미디 등 장르명. 복합 장르의 경우 ‘SF, 코미디’ |
repNationNm | 대표 제작국가 | 제작국가 중 대표 1개국 |
repGenreNm | 대표 장르명 | 장르 중 대표 1개 장르 |
directors | 영화감독 | 감독 이름. 공동 감독시 리스트 구조. 예: [{‘peopleNm’: ’로버트 저메키스’}] |
peopleNm | 영화감독명 | |
companys | 제작사 | 영화 제작사. 공동 감독시 리스트 구조. 예: [{'companyCd': '20101745', 'companyNm': '엠블린엔터테인먼트'}, {'companyCd': '20101382', 'companyNm': '유니버셜 픽쳐스'}] |
companyCd | 제작사 코드 | |
companyNm | 제작사명 |
구분 | 원천 데이터셋 링크 | 비고 |
---|---|---|
KOBIS 박스오피스 영화정보 | https://www.culture.go.kr/bigdata/user/data_market/detail.do?id=9d00dd80-4a54-11eb-af9a-4b03f0a582d6 | |
KOBIS 영화목록 조회 API | http://www.kobis.or.kr/kobisopenapi/homepg/apiservice/searchServiceInfo.do |
최근 기생충과 미나리가 권위있는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지만, 우리 나라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영화 산업이 순탄하게 성장한 것만은 아니다. 안방에서는 TV와 경쟁을 해야만 했고, 스크린에서는 해외 월드 스타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Netflix로 대표되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Over The Top)가 인터넷을 타고 가세하여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관이 문을 닫기도 했다.
본 글에서는 고성능 보급형 TV가 등장한 1970년대부터 코로나가 전국을 덮은 2020년까지 국내 개봉된 영화를 다룬다.
1971년부터 2020년까지 23,409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한국과 미국 영화를 합치면 절반 이상(59%), 일본까지 포함하면 78%에 달한다. 홍콩, 프랑스 등이 뒤를 잇고 있지만 사실상 세 나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장르를 기타 포함 21가지로 분류한다. 드라마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멜로/로맨스, 액션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세 장르를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52%).
개봉 영화의 총 수보다 장르의 총 합이 훨씬 많다. 영화 한 편이 여러 장르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르가 가장 많은 영화는 <9:나인>(2009)으로 애니메이션,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어드벤처, 판타지, SF 7개 장르에 걸쳐 있다.
장르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항목이므로 일관성이 결여되기 쉽다. 일례로 11년에 걸친 <해리 포터> 시리즈(2001-2011)는 각각의 영화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이런 종류의 데이터는 개별 값을 믿기보다 전반적인 경향성을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영화와 해외 영화로 나누고, 해외 영화는 국가별로 나누어 주요 국가들의 연도별 개봉영화 편 수와 비율을 살펴보았다. 한국과 해외가 합작한 영화는 데이터셋의 대표제작국가에 따라 분류하여 <설국열차>(2013)는 한국영화, <미나리>(2021)는 미국영화로 분류되었다. <미나리> 등 2021년 개봉작은 본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몇 개의 굵직한 흐름이 발견된다.
· 큰 흐름은
한국과 미국, 일본 영화가 만든다.
· 홍콩 영화는 특정 시기에만
집중되어 있다.
· 프랑스, 영국 영화 등 큰 기복이 없이 영화가
꾸준하게 적게 들어오는 나라도 있다.
영화 산업의 70년 시간을 당시의 사건들과 교차시켜 다음과 같은 구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TV와의 경쟁 (1971-1987) :
·
흑백TV의 본격적인 보급에 이은 컬러 TV 방송으로 관객을 놓고 TV와 영화가 힘겨루기를 하던 시기.
· 문화정책이 정부의 통제를 강하게 받던 시기로 해외 영화가 자유롭게 들어오지 못했다.
· <전설의 고향>(1기 1977-1989)과
<주말의 명화>(1969-2010)가 방영을 개시한 때가 바로 이 때다.
② 영화시장 개방 (1988-1998) :
·
1988년 기존의 수입 허가제를 벗어나 헐리우드 영화사가 직접 국내 배급을 시작했다.
·
영화 시장이 다채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영화관은 복합문화공간인 멀티플렉스로 진화했다.
③ 한국영화 중흥 (1999-2010) :
·
한국영화는 IMF 외환위기를 딛고 다시 도약한다.
· 90년대 한국
영화의 몇 배에 달하던 해외영화 개봉작은 감소세로 돌아서다 스크린 쿼터 축소(2006) 이후 다소 증가하지만
한국영화도 위축되지 않았다.
④ 양적 동반 팽창 (2011-2015) :
·
해외영화를 중심으로 개봉작 수가 폭증했다.
· 국내 OTT
티빙(tving, CJ ENM + JTBC) 등이 방영을 시작한 것도 이 때다 (2010).
·
영화의 국적이 다양화되며 일본 영화가 급격하게 팽창했다.
· 일본
정부의 문화 홍보 전략인 쿨 재팬(Cool Japan)의 효과일 수도 있고, OTT 서비스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 잠시
개봉하는 영화가 늘었을 수도 있다.
⑤ OTT와의 경쟁 (2016-) :
·
유튜브 프리미엄(2015, 당시 서비스명은 ‘레드’)에 이어 OTT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2016년 상륙했다.
· 웨이브(2019, wavve, KBS/MBC/SBS + SK텔레콤). 등 유사한
서비스들이 유료 요금제를 출시하며 영화를 위협하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년도별 개봉 영화의 장르를 표현하면 위 그림과 같다. 한국 영화와 해외 영화는 확연히 다른 패턴을 보인다.
다양성은 해외 영화 : 국내 영화가 멜로/로맨스와 드라마에 치중된 데 비해 해외 영화는
구분될 만큼 다양한 영화가 수입되었다.
해외 영화는 복합 장르 : 한국 영화의 장르는 편당 평균 1.45개인데 비해 해외 영화는 1.74개로 훨씬 많다. 해외 영화가 장르 복합적 성격이 강할 수도 있고, 해외 제작사 또는 수입사에서 국내 영화사보다 더 많은 장르를 부여한 것일 수 있다.
시기별 대표 장르 (한국영화 vs 해외영화) : 영화 장르별로 년도에 따른 비중을 그리면 또 다른 경향이 확인된다. 한국 영화에서 2010년 중반 이후 드라마의 비중이 급감했다. 1990~2010년대까지 성인물, 코미디, 다큐멘터리, 멜로/로맨스. 공연 영화가 번갈아가며 많이 개봉했으며 2000년 세기말을 전후하여 미스터리물이 대폭 늘었다.
깉은 장르라도 해외 영화와는 개봉작 비중이 증가한 시기가 다르거나 (예. 다큐멘터리: 한국 2010년경, 해외 1980년경) 국내 제작 비중이 적은 장르를 해외에서 많이 들여왔다 (예. 스릴러, 어드벤처, 뮤지컬, 서부극).
국가별, 시기별로 인기 장르가 확연히 다르므로 앞서 나눈 다섯 개의 구간을 하나씩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간별로 점유율 기준 상위 5개국(한국, 미국, 일본, 홍콩, 프랑스) 영화의 주요 장르 변화를 들여다보며 어떤 작품들이 개봉했는지 살펴본다.
① TV와의 경쟁 (1971-1987) : 법이 문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넘어서서 지배했던 시기. 영화법에 따라 한국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반드시 상영해야만 했다. 당시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면 애국가와 함께 문화뉴스라는 이름의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의무적으로 10분 이상 시청해야만 했다.
한국영화 : 신성일 주연의 <별들의 고향>(1974)년을 필두로 <영자의 전성시대>(1975)와 같은 이른바 호스티스 영화가 한동안 유행한다.
정치적인 상황도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송창식의 노래 <왜 불러>로 유명한 <바보들의 행진>(1975)은 유신체제의 모습을 담았다가 검열을 당해 30분 이상이 잘려 나가기도 했다.
액션 영화로 분류된 작품 중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로봇물이 많았다.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1977)와 심형래 주연의 <외계에서 온 우뢰매>(1986)등은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미국영화 : 멜로/로맨스보다는 액션과 코미디가 강세를 보였다.
1972년에 재개봉한 <벤허>(1959)의 전차 경주 장면은 아직까지 유명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1979, 1986, 1992, 1997 등)은 우주와 외계인을 소재로 한 SF 영화의 기념비를 세웠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스타워즈>(1977, 1980, 1983)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스케일의 스페이스 오페라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1962년 시작된 <007>(1962-2021. 총 25편) 시리즈는 당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 분위기에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첨단 무기를 활용한 첩보활동을 소재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일본영화 : 해방 이후 일본과의 수교 재개(1965)가 이루어졌지만 일본 영화에는 문이 열리지 않고 있었다.
1970년 엑스포(EXPO)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드라마인 <만국 박람회>(1971)와 극진 가라테의 최영의(최배달) 총재 주최 제1회 세계 공수도 대회를 소재로 한 <무적 가라데>(1979), 킥복싱을 다룬 문화영화인 <격투왕>(1981) 정도가 소개되었을 뿐이다.
② 영화시장 개방 (1988-1998) : 1988년 기존의 수입 허가제를 벗어나 헐리우드 영화사가 직접 국내 배급을 시작했다. 영화 시장이 다채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영화관은 복합문화공간인 멀티플렉스로 진화했다.
영화 시장 개방 : 80년대 초중반 1979년 대통령 암살과 쿠데타에 이은 신군부의 집권, 그리고 민주화 운동이라는 격랑 속에서 국제적으로는 시장 개방의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1988년 열린 한미투자협상의 결과로 UIP를 비롯한 미국 헐리우드 스튜디오 5곳의 국내 지사가 설치되었다. 이전에는 국내 영화 제작 실적이 충분한 영화사들에게 해외 영화를 수입해 올 권리를 국가가 부여했다면 이제는 배급사가 극장을 확보하면 자국의 영화를 들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랑과 영혼>(1990)이 서울에서만 96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등 해외 영화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국 영화는 제작이 위축되었다.
새로운 바람 : <양들의 침묵>(1991)처럼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스릴러 영화의 등장, <빽 투 더 퓨처>(1985, 1989, 1990)나 <쥬라기 공원>(1993)처럼 상상력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현한 영화는 한국의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 <인어공주>(1990), <미녀와 야수>(1991), <알라딘>(1992), <라이온 킹>(1994), <토이 스토리>(1995)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애들이나 보는 만화”라는 관념이 깨졌다. 데이트를 하는 성인들과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짧고 굵은 홍콩영화의 바람 : 1990년대 가장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영향은 홍콩영화의 강세이다.
당시 성룡, 주윤발, 유덕화, 왕조현, 장국영, 왕조위 등은 <영웅본색>(1986), <천녀유혼>(1987), <폴리스스토리>(1988), <도신>(1989), <비정성시>(1989)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국내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주로 도박이나 총격전 등을 소재로 한 이 시기의 홍콩 액션 영화를 홍콩 느와르라고 한다.
그러나 홍콩의 중국 반환(1997)이 예정된 상황에서 천안문 사태(1989)를 계기로 장국영이 캐나다로 국적을 바꾸는 등 배우들의 정신적 안정성이 흔들렸으며 한정된 수의 배우들이 다작을 하면서 힘이 빨리 빠졌다. 홍금보와 주성치 등이 코믹 액션을 앞세워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지만 <소림축구>(2002)등을 마지막으로 홍콩 영화는 과거의 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절치부심 한국영화 : 헐리우드와 홍콩영화에 치인 한국영화는 1990년대 개봉 편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서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다. <장군의 아들>(1990), <서편제>(1993)를 연출한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스타 배우와 감독을 중심으로 관객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의 지속된 공세와 IMF 외환위기(1997)의 충격으로 영화 제작 편수는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투캅스>(1993), <깡패수업>(1996), <할렐루야>(1997)등 코믹 영화의 박중훈, <은행나무 침대>(1996), <접속>(1997), <넘버3>(1997), <초록물고기>(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등 드라마의 한석규를 비롯해 고소영, 정우성, 전도연, 송강호, 박신양, 심은하, 최민식 등의 배우들이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헐리우드의 대작들로 인해 전에 없는 관심이 영화에 쏠렸고, 한국의 영화인들이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해 이를 받아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헐리우드에 대항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1990년대 말부터 회자되었으며 90년대 중반까지 적지 않았던 성인물이 끊기다시피 한 자리를 한국의 액션영화가 채워 나갔다.
멀티플렉스 시대 : 서울시 지하철 2호선 강변역 테크노마트에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강변점이 개장했다(1998).
이전까지 영화관은 영화를 상영하는 기능만을 했다. 영화 표를 예매한 후 상영을 기다리며 근처 거리의 카페 등에 머무르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보고 싶은 영화표를 구하지 못하면 아쉽게 발길을 돌리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여러 개의 상영관을 갖추고 인기 있는 영화를 여러 개의 상영관에 배치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영화관람 뿐 아니라 휴식, 쇼핑, 식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헛걸음을 할 확률이 적었다.
친구끼리 만나는 날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일단 CGV 갈까?”라고 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 영화관은 더 많은 관객과 영화를 부르는 선순환을 시작했다.
③ 한국영화 중흥 (1999-2010) : 한국 영화는 IMF 외환위기를 딛고 다시 도약한다. 해외 영화는 감소세로 돌아서다 스크린 쿼터 축소(2006) 이후 다소 증가했다.
주춤하는 미국 영화 : 한국 영화의 제작 편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시장 개방 이후로 팽창하기만 하던 미국 영화는 기세가 다소 꺾이기 시작한다.
1997년 IMF 경제 위기 직후인 1999년, 개봉작 수가 전고점의 3분의 1 수준인 42편까지 하락한 한국 영화는 2010년, 기존 이상으로 회복되었다 (140편). 영화 제작과 함께 수입도 함께 줄어들어 해외 영화도 함께 위축되었으나 반등이 더뎌 2010년까지 전고점 (370편, 1994)을 복구하지 못했다 (288편).
일본 영화 전면 개방 : 이 시기 개봉작 수 기준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일본 영화다.
그간 규제에 막혀 0편을 기록하던 일본영화는 일본 대중문화 수입 허용 정책 실시(1998) 이후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 영화시장 전면 개방이 이루어진 2006년 이후 급성장해 2010년 한 해 59편을 개봉했다. “오겡끼데스까”라는 유행어를 퍼뜨린 <러브레터>(1995년작. 국내 개봉 1999)와 <4월 이야기>(2000) 등 로맨스 드라마를 시작으로 <이웃집 토토로>(2001),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등 애니메이션 개봉도 잇따랐다.
성인물의 몰락 : 90년대 성인물은 전체 제작 편수의 28%를 넘을 만큼 (1994) 인기있는 장르였다.
1980년대 <애마부인 시리즈>(1982-1995, 총 11편)를 비롯해 자극적인 포스터를 극장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가정용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 과거와 같은 기세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 시기 멜로/로맨스도 동반 하락했는데,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스릴러와 공포, 코미디가 채웠다.
스릴러, 공포 영화 : 기존에는 국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스릴러와 공포영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최강희, 김규리를 스타덤에 올린 <여고괴담>이 1998년 1편을 시작으로 2009년의 5편까지 한국 공포영화로서는 드물게 10년이 넘는 시리즈물을 냈다. 본 데이터 범위 밖에 있는 <여고괴담:모교>(2021)까지 포함하면 23년간 6편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이 밖에도 <살인의 추억>(2003, 한국), <범죄의 재구성>(2004, 한국),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돌이킬 수 없는>(2003, 프랑스), 뤽 베송 감독의 <테이큰>(2008, 프랑스), <메멘토>(2001, 미국),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미국) 등이 이 시기에 개봉했다.
코미디 영화의 부상 : 2000년대 들어 코미디가 드라마에 이은 2위 장르로 부상한다.
임창정, 김수미, 차태현 등이 주목을 받았고 김수로, 이문식 등 감초 역할로 주목받은 배우들이 주연을 꿰차며 흥행을 이끌었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 <색즉시공>(2002)처럼 부담없이 보기 좋은 영화들과 더불어 PC통신(나우누리)에 연재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엽기적인 그녀>(2001) 처럼 시대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한 작품도 있었고, <음란서생>(2006), <구미호 가족>(2006), <복면달호>(2007)등 다양한 소재의 코미디 영화가 대거 쏟아졌다.
한국영화 vs 헐리우드 정면승부 : 이 시기 헐리우드 영화 개봉작이 다소 줄긴 했지만 침체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타이타닉>(1998)을 비롯해 키애누 리브스의 <매트릭스 3부작>(1999, 2003, 2003), 관록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I~III>(1999, 2002, 2005), 역사에 남을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 3부작>(2001, 2002, 2003)이 나온 것이 이 시기이며 <해리포터>(2001-2011) 시리즈도 이 시기의 작품이다. 당시 세계 최정상 영화들과 맞붙은 한국 영화는 자신감을 얻고 영화 제작에 힘을 받는다.
④ 양적 동반 팽창 (2011-2015) : 해외영화를 중심으로 개봉작 수가 폭증했다.
영화의 국적이 다양화되며 일본 영화가 급격하게 팽창했다. 일본 영화가 폭증한 시기 일본 정부의 문화 홍보 전략인 쿨 재팬(Cool Japan)의 효과로 볼 수도 있지만 티빙(tving, CJ ENM + JTBC) 등 OTT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 이 때 (2010)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⑤ OTT와의 경쟁 (2016-) : OTT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2016년 상륙했다.
유튜브 프리미엄(2015, 당시 서비스명은 ‘레드’), 웨이브(2019, wavve, KBS/MBC/SBS + SK텔레콤). 등 유사한 서비스들이 유료 요금제를 출시하며 영화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영화2010년 이후 한국 영화의 개봉 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국가별로 특정 장르의 급증 현상이 발생하는데, 한국 영화에서는 멜로/로맨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미국 영화에서는 액션이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영화가 극적으로 증가하는데 그 중심에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성인물이 있다. 프랑스 영화만 한결같이 드라마를 주류로 내세워 순위가 바뀌지 않고 있다.
성인물의 폭증, OTT 시장 때문? : 로우 데이터를 보다 보면 이 시기의 한국영화가 제대로 분류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제목으로 판단하기에 성인물로 분류되어야 할 영화들(제목과 포스터는 싣지 않기로 한다)이 상당수 성인물이 아닌 드라마로 분류되어 있다. 같은 시기 대량으로 증가한 일본산 성인물은 이 시기 수입되는 영화의 폭증이 과연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쿨 재팬의 성과로만 봐야 하는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영화 제목으로 판단하기에 폭증한 한국 멜로/로맨스 영화 중 적지 않은 수가 성인물로 보인다 (적절성 문제로 본고에는 해당 데이터를 기재하지 않는다) 영화의 양은 폭증했으나 본 데이터상에는 2019년 이후 영화계의 치명적이었을 코로나 효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또한 OTT와의 경쟁 문제도 있어 개봉 편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기에는 더 이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극장영화 vs OTT :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에 힘입은 OTT 시장 팽창은 영화를 개봉 기준으로만 분석하기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극장에 걸렸던 영화들과 TV 프로그램 재방송의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킹덤>(2019, 한국), <그녀의 이름은 난노>(2018, 2021), <종이의 집>(2017-, 스페인), <웨스트 월드>(미국, 2016-), <브리저튼>(2020) 등 재미로 무장한 색다른 소재의 드라마들이 영화의 막강한 경쟁 상대가 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더욱 찾지 않게 되면서 OTT와의 경쟁은 더 어려워졌고, 실제로 2016년 이후 해외 영화의 수입은 5년 전 수준으로 꺾여버렸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관객이 어떤 영화를 택했는지, 박스오피스 데이터까지 포함하여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다.
코로나로 인한 관객 감소 효과가 더 잘 드러날 것이라, 영화 편 수에 가려진 인기 영화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기대해 본다.
※ 본 데이터스토리 작성을 위해 사용된 코드와 결과물은 통합 데이터지도 교육자료 게시판 URL이나 아래의 붙임파일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구분 | 링크 | 비고 |
---|---|---|
통합 데이터지도 교육자료 게시판 | https://www.bigdata-map.kr/board/review | |
데이터로 보는 개봉 영화 (1)장르 교육자료 게시글 | https://www.bigdata-map.kr/board/review/214?fromBoard=review | |
데이터로 보는 개봉 영화 (1)장르 소스코드 다운로드 | pdf | 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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